[20대 국회, 법안 발의 벌써 1000건] 아울렛 출점 묶고 게임사 옥죄고…기업 성장 짓누르는 규제 입법

입력 2016-07-25 19:13  

시름 깊어지는 경제계

대형 유통업체들 겨냥 물류단지에 아울렛 제한
영세 자영업자에 부담주는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발의
"입법 조사 연 1만건 전망"…국회사무처 업무 과부하



[ 임현우 기자 ]
한 유통업체 임원 A씨는 요즘 야당에서 ‘지방 골목상권’ 얘기가 나올 때마다 “겁이 덜컥 난다”고 했다. 19대 국회가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도입한 2012년 이후 매출이 내리막길을 걷자 유통업체들은 새 성장동력으로 ‘프리미엄 아울렛’에 수조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대기업 아울렛이 지방 상권을 죽인다”며 문제 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물류단지에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의 신규 입점을 금지하는 ‘물류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은 지금까지 이천·여주·김포 등 수도권 물류단지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조성해 왔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출점이 어려워진다. 야당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비슷한 법안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20대 국회의원들이 개원 두 달이 채 안 돼 1000건이 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규제 폭포’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권은 초반부터 ‘경제민주화’ 입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셧다운제(심야 시간대 청소년 게임 이용 제한)를 비롯한 각종 규제로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게임산업에도 규제 법안이 추가되고 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과 노웅래 더민주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온라인 게임의 랜덤 박스(확률형 아이템)를 규제하는 법안이다. ‘복불복’ 식으로 판매되는 랜덤 박스는 사행성이 강하고 조작 가능성이 있으니 구성비율, 종류, 획득확률 등을 모두 공개하고 판매하라는 내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체 수는 2010년 2만658개에서 2014년 1만4440개로 급감했다. 한국의 게임 매출은 2008년 중국에 역전당한 뒤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도를 넘고 있다”며 “무조건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주요 수익원까지 흔드는 것은 산업 진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회가 밀어붙이는 ‘단골 메뉴’인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문제도 20대 국회에서 재점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기본료 폐지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벼르고 있는 데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더민주·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공조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3사는 기본료가 폐지되면 약 7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기업들은 지배구조에 대한 국회의 개입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종걸 더민주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처분을 강제해 사실상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노린 정밀타격 입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김종인 더민주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결합해 투기자본이 적은 지분으로 기업 이사회를 사실상 장악할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국회가 대기업만 조준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주는 갑(甲), 아르바이트생은 을(乙)이라는 논리로 영세 자영업자에 부담되는 법안도 적지 않다. 강병원 더민주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받은 근로자가 정부에 신고하면 정부가 최저임금과 실수령액의 차액을 노동자에게 우선 지급한 뒤 고용주에게 청구하도록 했다. 정부가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식의 역할을 수행한 뒤 고용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폭주하면서 이들의 지원조직인 국회사무처는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8대 국회 때 연평균 4180건의 입법조사 요구를 접수했으나 20대 국회에는 연 1만건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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